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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작 소설

터키, 보이지 않는 전쟁 - 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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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연한 것들은 없다, 재정의 어려움

 

익숙한 거와 별개로 큰 일이 생겼다. 돈이 없다. 표현하자면, 길거리 개가 되었다(고양이는 귀여우니 사람들이 밥을 잘 얻어먹지 않을까?). 그 싼 빵도 돈이 없어서 사먹질 못했다. 126텔레, 그 당시 한화로 약 3만원6천원, 1달 식비다. 하루에 1000원 정도 계획적으로 사용하려고 했다. 하지만 그 계획조차 틀어진다. 어떤 날은 군대에 있는 막사 사용비가 따로 있기에 그것까지 냈고 남은 돈이 없어서 팀원에게 빌려야 할 정도였다. 돈이 없으면 금식하고 배가 고파 죽으면 천국가야 하는데, 그런 생각조차 없던 나는 팀원들에게 돈을 빌리기 일수였고, 이렇게 빌리기도 미안했다. 그 때부터 돈 걱정과 미래 걱정이 시작됐다, 군인이 되는 것은 너무 어려웠다. 당연히 군대는 밥도 주고 옷도 주겠지만, 전쟁 중엔 누가 주겠는가? 없으면 굶고, 밥을 빌리거나 받을 수도 없다. 굶자. 아침 빵 한 두 조각만 먹고 금식했다. 매일 매일 배가 고팠다. 아침에 배고파서 밥을 먹어도 배가 고팠고 저녁이 되면 차라리 잠을 자야 했다. 터키 군에서도 매 달 3일동안 금식하는 게 있다. 그 때만큼은 아니지만, 힘들었다. 내가 이렇게까지 살면서 육체적으로 죽을 것 같아서 누굴 영적으로 치료할 마음도 생각도 없어졌다. 전투태세로 긴장하고 있어도 모자를 판에 후원자를 세우지 않은 나를 원망하며 시간을 보냈다.

 

궁핍함. 이것은 내게 가장 필요한 것일지도 모르겠다. 먼저 높은 분께 감사 드렸다. 궁핍했기에 더 간절했고, 또 못 먹고 사는 사람들을 조금은 이해할 수 있었다. 부족함 없이 자랐던 나는 먹는 거나 입는 것에 감사함도 없었고 당연시 여겨왔다. 내가 그렇게 돈이 없던 때, 신발이 뜯겨나갔다. 밖에 너무 많이 돌아다녀서 다 해진 것이다. 조금 더 아껴보자는 마음으로 신발을 꿰맸다. 하루 이틀도 안 돼서 밑창이 다 뜯어졌다. 더 이상 미룰 수 없어서 튼튼하지만 싼 신발을 샀다. 궁핍하다. 다음달도 버틸 수 없어서 간절했다. 생활할 정도의 돈만이라도 들어왔으면 좋겠다. 당연시 여겼던 것들이 너무 많다. 또 어떤 것들을 내가 당연시 여기고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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